Playing the Perfect Fox-Eyed Villain Chapter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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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화. 재확인

지하수로를 걸어가던 아일린은 어쩐지 데자뷔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나?’

관리를 안 한 나머지 퀴퀴한 냄새가 나는 수로의 풍경을 보며, 느끼는 감정은 절대 아니다.

조금 전, ‘검은 기사’가 자신을 도와주며 내뱉은 말이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았다.

‘분명, 저택에서 마주친 게 처음일 테니 이런 기시감을 느낄 이유는 없을 텐데.’

저런 흉측한, 눈에 띄는 가면을 쓰고 다니는 사람이다. 쉽게 뇌리에 남는 인상이다 보니, 마주친 적이 있다면 확실하게 기억에 남을 터.

– ‘알 필요가 있나? 비밀이다.’

그런데, 왜 이런 말을 어디선가 들어본 느낌이 드는 것일까?

‘비밀이다…… 비밀이다…….’

– ‘비밀입니다.’

‘검은 기사’가 내뱉은 말을 곱씹던 그녀는 이전에 구교사에서 겪었던 일이 떠올랐다.

감정을 엿보기 힘든 실눈과 함께 늘 미소를 짓고 다니는 남자.

“그러고 보니, 그때도 지금과 상황이 비슷했…… 나?”

조용히 중얼거리는 아일린.

생각해 보니, 그때의 상황도 지금과 비슷했던 것 같았다.

유리안이 구교사에 숨어든 작은 데몬을 발견하고, 그 방법을 ‘비밀’로 치부했던 것을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아일린은 고개를 들어 앞장서서 걷던 ‘검은 기사’의 뒷모습을 쫓았다.

‘체격은 비슷해.’

그것 외에도 비슷한 부분은 상당히 많았다.

일단, 검을 사용한다는 것.

그리고, 검술도 월등히 뛰어나다는 것.

‘아니, 그걸 말고는 없네……?’

자세히 생각해 보니 큰 공통점은 찾을 수 없었다.

검을 잘 사용하고, 검술에 능하다고는 하지만, 사용하는 검도 다르지 않은가?

그림자처럼 새까맣고, ‘월광검’과는 달리 그 검에서는 질척거리는 느낌이 연신 들었다.

‘게다가…….’

‘검은 기사’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풍(氣風) 또한 귀족의 그것처럼 고상했으나, 유리안과는 그 방향성이 달랐다.

게다가 유리안만의 독특한 그 말투와 행동.

‘노력한다면 가능하겠지만.’

그녀가 아는 ‘유리안’의 성격이라면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서슬 퍼런 칼날 위를 걸으면서도 미소를 잊지 않고, 고개를 숙이는 것보단 자존심에 익사하는 것을 택하는 남자니까.

“자꾸 늦는군. 따라오지 않는다면, 두고 가겠다.”

이런 것들을 미루어 짐작해봤을 때, 분명 ‘검은 기사’는 ‘유리안’과 거리가 멀다는 것쯤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머리가 아닌 가슴에선 여전히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검은 기사’는 유리안이 아닐까? 하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 사람, 의심스럽다.

“죄송해요, 지금 갈게요.”

***

주르륵, 뚝.

뺨을 타고, 흘러내린 땀 한 방울이 턱 끝에 맺히더니 바닥에 떨어졌다.

그것을 지켜보던 코룬드는 자신이 얼마나 긴장했고, 위축이 되었는지 절절하게 실감했다.

‘새, 생각지도 못했다.’

핀텔이 크라이파트 가문의 방계인 유리안의 수하였을 줄.

어떻게 예상할 수 있단 말인가?

핀텔은 자신과 같은 ‘순혈주의’에 뜻을 두고 있었고, 그것을 통해 뿌리를 넓혀가던 마법사 중 하나‘였’다.

그랬던 그가, 자신 권력의 방향성을 부정하고, ‘유리안’이라는 종양을 선택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코룬드 경, 잠시 도련님을 기다리시는 동안 마실 것이라도 내겠습니다.”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코룬드는 흠칫했다.

그에게 말을 걸어온 것은 단순히 사용인에 불과했으나, 최근 핀텔에게 당한 일 덕분에 그의 머릿속은 엉망진창이었다.

정말로 유리안의 편이 아니라고 예상했던 비숍 핀텔이 사실은 그의 편을 들고 있었다는 것, 그 덕에 모든 이들에게 ‘혹시?’라는 의문을 품게 된 것이다.

“그, 그래.”

물론, 이런 사용인까지 유리안이 매수했을 리는 없다.

그가 아무리 간계에 능한 자라고 해도, 귀족도 아니고, 평민들까지 수족에 넣는 건 오히려 악수일 것이다.

“요슈아 도련님께서 곧 오실 겁니다. 기다리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사용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코룬드는 한숨을 깊게 내신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현재 코룬드가 있는 곳은 ‘크라이파트 가문’의 저택.

그는 평소 제국의 사대 가문 중 하나, 크라이파트 가문의 막내인 요슈아에게 ‘마나 운용’을 가르쳐왔다.

비록 납치, 감금이라는 모종의 사태를 겪었음에도, 개인 교습의 시간만큼은 미룰 수 없었다.

제국의 사대 가문은 그만큼 위용이 있는 가문이라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크라이파트 가문의 본가라면, 유리안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녀석들일 터…….’

가문의 멍울.

아픈 손가락이 아닌, 사라져야 할 손가락.

귀족 중 유리안이 크라이파트 가문에서 받는 대접을 모르는 이는 없다.

‘이곳에서 유리안의 행태를 낱낱이 밝힌다면……?’

여명회의 비숍으로서가 아닌, 제국의 수많은 귀족 중 한 명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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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룬드 선생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사념에 잠겼던 코룬드는 방 안에 들어오는 요슈아를 보자, 속으로 분을 삼키며 웃어 보였다.

“괜찮습니다. 도련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코룬드 선생님, 그 얼굴의 상처는 어떻게 되신 겁니까?”

요슈아의 질문에 그는 상처 부위가 욱신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유리안의 경고 또한 머릿속에 다시 각인되었다.

빙긋 웃으며 검집을 은근히 잡는, 그의 모습이 떠오르자, 두려움이란 감정이 그의 가슴에 다시금 스며 들어갔다.

유리안의 행태에 대해 폭로한다는 생각은 가슴 속의 응어리가 되어 파묻히기 시작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여명회’라는 것을 밝히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굉장히 적다.

게다가, ‘유리안’은 자신의 명성에 먹칠하는 행위를 해도 그에겐 그다지 큰 손해가 되지 않는다.

이미 검게 물든 이름에 먹을 칠해도 무용지물일 테니.

“하하, 실험하다, 작은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요슈아 도련님이 걱정을 할 만한 일은 아니지요.”

그 탓에 코룬드는 말을 아끼기로 했다.

그런 코룬드를 지켜보던 요슈아는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

‘헤란드 형님께서 가문 회의에서 유리안을 지지할지 상상도 못 했어.’

가문 회의를 통해 자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요슈아는 피부를 통해 느끼고 있었다.

심지어, 아버지이자 크라이파트 가문의 가주인 오벤도 유리안을 마냥 혐오하지 않는 눈치.

‘차기 가주의 자리가 위험해지고 있다.’

그러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쯤은 우매한 자들도 알 것이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불만을 말할 순 없다…….’

가짜 데몬 뿔, 레플리카를 사용해 소란을 일으켰다는 것을 유리안이 함구하고 있으니 말이다.

‘목줄은 유리안이 쥐고 있는 상황.’

게다가 가문원들에게 마냥 ‘유리안’을 처리하자는 말도 꺼낼 수 없게 되었다.

그에게서 긍정적인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으니, 누가 ‘유리안’의 편에 섰는지 확실히 알 수 없으니 말이다.

‘해결책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눈앞에 있다고 요슈아는 생각했다.

마법사들은 기본적으로 ‘순혈주의’를 밀고 있으니.

뿌리를 짚고 올라가다 보면, 피의 순도는 ‘순혈’과는 거리가 멀 테지만 조금이라도 자신들의 지위를 탄탄히 하기 위해, 일부러 꾸며대는 말이다.

‘코룬드 선생, 댁도 순혈주의를 따르는 마법사 중 하나지.’

자신을 지지해주고, ‘유리안’을 규탄할 힘을 가진 존재들.

더러운 집안싸움에 외부 세력을 끌어들이는 것은 달갑지 않았으나, 헤란드 형님의 행보가 이상한 지금 어떻게든 ‘가주’의 자리는 확보하고 싶은 요슈아였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저는 또 최근 제도로 귀국한 ‘골칫덩어리’가 사고를 친 줄 알았습니다.”

“골칫덩어리……. 말씀입니까?”

요슈아는 의문을 표하는 코룬드를 보며, 속으로 히죽 웃었다.

“예, 저희 가문의 종양인 유리안 크라이파트 프라손. 녀석이 최근에 신성국에서 귀국하지 않았습니까?”

“하, 하하……. 설마요.”

“마음 같아선, 가문을 위해서 정리하고 싶습니다.”

은근슬쩍, 의중을 밝힌 요슈아.

“……그렇게까지 싫어하시다니. 유리안 경도 슬퍼할 겁니다.”

“슬퍼해도 상관없습니다. 지금까지 그자가 행한 짓의 결과니.”

성인이 아니라 사교회를 가질 기회가 적은 요슈아지만, 나름 머리가 잘 돌아가는 그였기에 ‘마법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대강 알고 있다.

귀족들과의 연.

그리고, 무엇보다 많은 돈.

마법의 연구에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간다. 그것도 일반적인 귀족 가문도 휘청거릴 정도로 많은 돈이 말이다.

“귀족 원로회의 의장이시자, 크라이파트 가문의 전 가주, 오른 경께서 슬슬 유리안이 날뛰는 걸 보고 싶지 않은 모양입니다.”

요슈아는 떡밥을 던졌다.

오른 크라이파트.

‘사대 가문’ 중 하나인, 크라이파트 가문의 실질적인 주인이자 ‘귀족 원로회’를 주무르는 의장의 이름으로.

‘아직 할아버지에게 뜻을 전하진 않았지만.’

오른이 어렴풋이 자신을 차기 가주의 자리에 놓고 싶다는 것은 요슈아도 알고 있다.

수도회에 들어간 큰 형.

망나니 둘째.

사대 가문 가주에 어울리지 않는 포부의 셋째.

그리고 방계이자 황실의 개노릇을 하는 유리안.

모두가 그의 눈에 차지 않았다.

그렇게 전전긍긍하던 찰나, 요슈아가 태어난 것이다.

오른은 요슈아가 어렸을 때부터 조기교육을 시켰다. 다른 핏줄처럼 엇나가지 않도록.

– ‘너야말로 크라이파트 가문을 이을 인재이다.’

이런 말을 늘 입버릇처럼 요슈아에게 주지시켰다. 인제 와서는 그게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당연지사.

하지만 최근 유리안의 입지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자신이 미루어 짐작했을 때.

‘할아버지도 유리안을 정리하고 싶을 터.’

그런 이유로 요슈아는 코룬드에게 제안할 수 있던 것이다.

‘오른 크라이파트와 교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줄 테니, ‘유리안’을 정리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라.‘

분명 평범한 마법사 가문이라면 침을 흘릴 제안이다.

귀족 의회의 의장인 ‘오른 크라이파트’는 마탑에서도 힘을 주장할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한 권력의 금자탑.

그와의 연을 발판으로 삼는다면 마법 연구에 소모되는 천문학적인 금액도 손쉽게 줄이는 것도 가능할 터.

‘어떠냐, 마법사라면 거절할 수 없겠지?’

평범한 마법사 귀족이라면 군침이 흐를 제안에 요슈아는 콧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이, 이놈이 미쳤나…….’

그걸 듣던 코룬드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왜 갑자기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이지?’

오른 크라이파트와의 인연.

그것이 예삿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코룬드도 알고 있다.

평소의 그였더라면 이 제안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유리안’같은 녀석을 처리하기 위해 손을 빌려줬을 터이다.

문제는.

‘하필 이런 타이밍에……?’

또다시 온몸의 상처가 욱신거리기 시작했고, 동시에 ‘그날’ 있었던 일이 뇌리에 맺히기 시작했다.

바로 광기가 들린 것처럼 눈을 치켜뜨고, 연신 지팡이를 휘두르던 핀텔의 모습.

‘서, 설마 이것도…….’

그렇지 않다면 이 타이밍에 이런 제안이 오지 않을 것이다.

코룬드는 침을 꿀꺽 삼킨 뒤, 두려움을 무릅쓰고 입을 열었다.

“요, 요슈아 도련님. 오늘 있었던 일은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예?”

“오늘 수업은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제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은지라…….”

살짝 당황한 요슈아의 대답을 들은 체 만 체 하며, 재빨리 자신이 입고 온 코트와 가방을 정리한 뒤, 코룬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는 와중에도 지팡이로 두들겨 맞은 상처가 지끈거렸고, 그 탓에 코룬드는 서둘러 크라이파트 저택을 떠났다.

“이게 무슨…….”

적막이 감도는 방 안에서 요슈아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말실수라도 한 것일까? 아니, 곰곰이 생각해봐도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왜 코룬드는 겁에 질린 것처럼, 쫓기듯 방을 빠져나간 것일까?

요슈아로선 도무지 알 방도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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