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gression Chapter 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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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4회 당과까진 참았지만

“맙소사! 사인이가 당과를 사고 있어!”

검무극과 검무양은 골목에서 고개를 내민 채 두 사람을 훔쳐보고 있었다.

“사인이 얼굴을 본 주인장이 두려워서 손을 덜덜 떨면서 당과를 건네고 있어.”

검무양이 소리 없이 웃었다. 물론 웃기려고 한 과장된 말이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적어도 비사인과 당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혹시 두 사람…….”

검무양은 말을 잇지 않았지만, 검무극은 형이 궁금해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아직 사귀는 사이는 아니야.”
“어떻게 알았어?”
“그랬으면 하나를 사서 나눠 먹었겠지.”

비사인이 산 당과는 꼬챙이에 십여 개나 꽂혀 있었다. 둘이서 나눠 먹어도 충분한 양이었는데, 비사인은 두 개를 사서 그중 하나를 그녀에게 건네고 있었다. 주고받는 태도도 아주 정중했고.

“자, 여기 있소.”
“고마워요.”

한설이 꼬챙이에 꽂힌 당과를 받아 들었다.

“중원에 나와서는 처음 먹어봐요.”

사실 비사인도 당과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꼬맹이 때 먹고 먹지 않은 것 같은데. 언제가 마지막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한설이 당과를 한 입 맛보고는.

“맛있네요.”

두 사람이 당과를 먹으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들을 바라보는 검무극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햇살 아래 걸음을 옮기는 두 사람을 보고 있으니 너무 풋풋해 보이고 보기 좋았다.

물론, 쉽지 않은 관계였다.
북해빙궁은 정파와 더 가까운 문파.
천마신교 후계자와 무림맹 후계자만큼은 아니겠지만, 북해빙궁과 사도맹 후계자 역시 서로 이어지기 쉽지 않은 관계였다.

‘잘해봐, 친구.’

물론, 입에서 나가는 말은 정반대였다.

“내가 목숨 걸고 피 흘려가며 싸울 때, 춘풍 속에서 연정을 즐기셨다 이거지?”
“목숨 안 걸었잖아? 피 한 방울도 안 흘렸고.”

검무극이 못 들은 척하며 빠르게 움직였다.

“형, 이쪽으로.”

검무극은 사도맹 맹주전에 잠입하는 것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야겠어!”

검무양은 검무극을 따라 재빨리 움직였다. 동생과 있으면 정말 심심할 틈이 없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른 엄폐물을 찾아 몸을 숨겼다.
예전에는 진하군과 함께 두 사람이 산책하는 것을 훔쳐보았는데, 오늘은 형과 함께 그들을 훔쳐보고 있었다.

“저기 좀 봐. 사람들이 한 소저에게 부딪칠까 봐 은근슬쩍 몸으로 막아주고 있어. 이봐, 친구! 그러면 안 돼! 무심하게 굴어야지! 여자는 나쁜 남자 좋아해!”

반면 검무양은 반응이 달랐다.

“왜 그래? 보기만 좋은데.”

검무극이 슬쩍 형을 쳐다보았다.
검무양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표정만 봐선 옛사랑이라도 떠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형이 좋아했던 여인이 있었던가?

성격상 그런 걸 말할 사람이 아니었으니. 그 이야기를 들으려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친해져야 할 거다.

하긴 그건 저기 있는 비사인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이렇게 딱 걸렸으니 확실히 알게 된 거지, 자기감정을 잘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연정이 아니라 빙궁 소궁주니까 잘 대우하는 것일 수도 있지.”
“두 사람 시선이나 보고 말해. 지금 저 곰 같은 녀석, 푹 빠졌어.”

동생의 말에 검무양은 두 사람의 시선을 살폈다. 이곳저곳 신기해서 구경하는 한설에 비해 비사인은 그녀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한설이 그를 쳐다보기라도 하면,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 돌리는 속도가 전광석화야. 내 검도 피하겠다.”

두 사람이 훔쳐보는지도 모르고, 비사인은 온 신경을 한설에게 쓰고 있었다. 그녀가 돌아갈 때까진, 그녀의 안전은 자신 책임이라 여기고 있었다.

한설이 자신을 찾아 사도맹 본단으로 왔을 때 정말 반가웠다. 그녀가 오겠다고 말은 했지만 안 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굳이 사도맹까지 자신을 찾아올까? 하지만 그녀는 약속한 대로 자신을 찾아왔다.

비사인은 그녀를 귀빈 대접했다.
사도맹 본단은 물론이고 사도맹 영역의 여러 지역을 구경시켜 주었다.

그러다 비사인이 급한 일 때문에 사도맹으로 돌아가야 할 상황이 생겼다.
그때, 자연스럽게 헤어져야 할 상황이었는데.

―기다려주신다면 일을 처리하고 다시 오겠소. 꼭 보여주고 싶은 곳이 있소.

마지막에 보여주려고 아껴두었던,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보여주지 못하고 보내는 것이 아쉬웠다. 그녀가 언제 또 사도맹 본단에 올지 모를 일이었는데. 아니, 마지막이 될 텐데.

사실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이미 여러 곳을 구경했고, 그보다 자신이 일을 마치고 오려면 이십여 일 이상 기다려야 했다.
무리한 부탁이었는데, 그녀는 흔쾌히 허락했다.

―네, 그러죠.

한설은 비사인이 일을 마치고 돌아오길 기다려주었다.
비사인은 그녀가 자신을 찾아온 것보다 기다려 준 것에 더 크게 감동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물어보고 싶었다.

왜, 무슨 마음에서 기다려줬는지.

그렇게 두 사람은 그 아름다운 폭포 앞에 나란히 설 수 있었다.

마지막 절경까지 보고 이제 진짜 헤어지려 할 때, 검무극에게 연락이 온 것이다. 덕분에 그녀와의 인연은 이곳 무한에서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사람이 많아 불편하시면 다루든 주점이든 들어가셔도 되오.”

거기도 사람이 너무 많으면 그냥 통째로 빌려버릴 작정이었다.
비사인의 말에 한설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구경하는 게 더 재미있어요.”

무한 저잣거리는 진하군의 축하연 때문에 중원 각지에서 온 온갖 행상들이 다 모여 있었다. 그래서 평소에 보지 못한 구경거리가 많았다.

“정말 이번에 와서 중원 구경은 실컷 하는군요.”

그녀는 중원행이 이런 여행이 될 줄은 몰랐다.
천마신교를 구경하고 사도맹까지 구경했던 그녀였다. 그것만 해도 대단한 여정이었는데, 이제 무림맹 본단 앞까지 오게 되었다.

만약 이번에 기회가 되어 무림맹 본단까지 구경하게 되면, 역대 빙궁 무인 중에 정사마의 본단을 모두 방문한 유일한 사람이 될 것이다.

“다음에 북해에 오시면 제가 안내하죠.”

뜻밖의 제안에 비사인이 놀랐다.

“정말 가도 됩니까?”
“물론이에요.”

비사인은 눈 덮인 설산에 그녀와 함께 올라가 보고 싶었다.

처음에는 그녀의 외모가 이상형이라서 끌렸다.
한데 이번에 함께 있으면서 성격도 마음에 들었다.
너무 친근하게 굴지도 않고, 그렇다고 거리를 두지도 않고. 사람을 대하는 그녀의 이 적당한 거리감이 마음에 들었다.

‘생각해 보면 한 소저와의 만남도 그 친구 때문이군.’

검무극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중원에 나오지 않았을 그녀였으니까. 검무극이 이 인연의 시작을 만들어준 셈이다.

처음에는 검무극이 함께 있어서 그녀가 자신과 교류한다고 여겼다.
한데 한설은 검무극과는 별개로 움직였다.
사도맹을 찾아와주고,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려주고, 또 무한에도 이렇게 함께 오고.
그래서 더 고맙고, 더 마음이 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진 않았다. 그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비사인이 한설에게 말했다.

“혹시 시장하시면 저 길 끝에 무한제일반점(武漢第一飯店)이라고 있소. 그곳 요리가 별미니, 그곳에서 식사합시다.”
“무한에 자주 오셨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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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비사인이 무한에 와본 적은 딱 한 번 있었다. 그것도 아주 어렸을 때.
무림맹 본단이 있는 무한에 사도맹 후계자가 올 일이 뭐가 있겠는가? 사도십삼랑조차 현재 무한 외곽에서 대기 중이었다.
친구들 모임에 초대를 받았기에 온 것이지, 무한은 함부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아니오. 대신에 공부를 좀 했소.”

공부를 했다는 말에 한설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마침 이곳 출신인 수하가 있어서.”

사도십삼랑 중 무한이 고향이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떠난 지 오래돼서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비사인은 사도맹의 정보조직인 사영각(邪影閣)에 자료를 요청했다.

무한에서 가장 맛있는 맛집과 구경할 만한 곳을 알려달라고.

사영각이 생긴 이래 이런 정보 요청은 아마 처음이었으리라.
어쨌든 차마 그렇게까지 해서 알아봤다고는 말할 수 없었기에 수하에게 들었다고 말한 것이다.

한설이 뒤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는 괜찮은데, 두 분은 시장할 거 같아요.”

그녀가 뒤따르던 한빙쌍검에게 걸어갔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온 무한 거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이곳도 바뀌고, 저곳도 바뀌고. 정말 많이 바뀌었다고 옛이야기를 나누면서.

“두 분은 저 아래 무한제일반점에 가셔서 먼저 식사하고 계세요. 저희는 조금만 더 둘러보고 그곳으로 갈게요.”

한빙쌍검 중 남편인 사한은 그럴 수 없다고 했지만, 부인인 소빙에게 끌려 객잔으로 갔다. 눈치 좀 챙기라는 핀잔을 들으면서.

그때 비사인이 고개를 홱 돌렸다.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었는데. 느낌이 왔던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왜 그러시죠?”
“아무것도 아니오. 자, 갑시다”

조금 전 비사인의 시선이 머물렀던 수레 뒤에서 검무극과 검무양의 고개가 쏙쏙 나왔다.

“엉큼한 녀석! 둘만 있으려고 방해자들까지 처리했군.”
“방금은 한 소저가 보낸 거 같은데?”

검무극이 어찌 모르겠는가? 한설도 어느 정도 마음이 있으니 이렇게 함께 다니는 것임을. 싫은 사람이었다면 하루도, 아니 한 시진도 같이 있지 않았을 거다.

“사인이 또 전낭 꺼낸다. 내게는 밥 한 끼 안 사면서 돈을 막 쓴다.”

이번에는 그녀를 위해 다른 것을 사주고 있었다. 검집을 장식하는 수실을 사주고 있었다.

“기왕 살 거면 쌍으로 두 개를 사! 어휴, 또 그런 주변머리는 없지.”

그러다 검무극이 다시 탄식을 내뱉었다.

“아! 못 살겠다.”
“왜?”
“지금 막 검집에 실 달아주려다가 손이 스쳤어.”
“그럴 수도 있지.”
“그래, 그럴 수도 있는 그 일에 사인이 얼굴이 붉어졌어.”

검무극은 신안술로 두 사람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다 읽고 있었다.

“요즘은 그런 순진한 척, 안 통해!”
“숙맥 취급을 하든지, 바람둥이 취급을 하든지. 하나만 해.”

그러는 사이 비사인과 한설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자자, 비수를 던져서 중앙에 적중하면 상품을 드립니다!”

옆에 쌓여 있는 상품은 인형이었다. 도검을 든 무인 인형도 있었고, 용과 호랑이 같은 동물 인형들도 있었다. 천으로 만든 인형도 있었고, 나무로 깎아 만든 것들도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인형들에 머무르는 걸 보자.
비사인은 두말하지 않고 출전했다.

“참가비가 얼마요?”

비사인이 참가비를 내고 앞으로 나섰다. 무림맹 앞에서 이런 장사를 한다고? 그것도 무인들이 득실대는 무림맹 앞에서.

비사인은 재고 말고 할 게 뭐 있냐는 듯 비수를 받아들자마자 가볍게 던졌다.

팍.

첫 번째 비수를 던지는 순간, 비사인은 세상의 쓴맛을 맛보았다.
비수는 가운데 적중하지 않았다.

‘그럴 리가!’

비사인이 다시 참가비를 내고 비수를 받았다.
이번에는 차분히 비수를 살피자, 균형이 안 맞는 불량품이었다.

불량품이라고 어디 못 맞출까? 내가 비사인인데.

쉬익.

못 맞췄다.

“아니, 이게…….”

당황한 비사인이 다시 참가비를 냈다.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비수는 제대로 던지면 절대 맞지 않게 만든 비수처럼 보였다. 무공이 높으면 높을수록 더 맞히기 어려운 비수.

한 번 더 시도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검무극은 탄식했다.

“아! 지금까지 모아둔 점수 다 잃겠구나.”

계속해도 문제, 사기를 쳤다고 저 주인장을 두들겨 패도 문제, 그냥 포기하고 가도 문제.

검무극의 탄식에 검무양도 동의했다.
한데 비사인의 마음도 이해했다. 좋아하는 여인 앞에서, 자존심이 상해서라도 그만둘 수 있겠는가?

비사인이 다섯 번째 실패했을 그때였다.
한설이 인형 중에서 하나를 가리켰다. 구석에 있던 작은 곰 인형이었다.

“저거 가지고 싶어요.”

비사인의 눈에서 불길이 타올랐다.

던지고, 또 던져서.
열 번 만에 드디어!

팍!

비수가 정확히 과녁을 맞췄다. 비수 중에서 제대로 날아가는 비수가 섞여 있었다. 완전 사기꾼은 아니었던 것이다.

주인장이 곰 인형을 가져다주며 씩 웃었다.

“축하드립니다, 무인님!”

비사인은 화를 내지 않았다. 농담반 진담으로 주인장에게 말했다.

“이 장사 사도맹 앞에서는 하지 마시오. 열 번까지 오기도 전에 칼 맞아 죽소.”

주인장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무림맹 앞에서만 한답니다!”

어느새 검무극과 검무양은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까지 와서 몸을 숨기고 있었다.
검무극이 검무양에게 속삭였다.

“저 얼굴 보고도 저런 말을 하는 걸 보니, 우리가 싸웠던 배후 놈들보다 저 주인장 배짱이 더 좋다.”

검무양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비사인은 곰 인형의 먼지를 깨끗이 털어낸 후 한설에게 주었다.

“너무 귀엽네요. 고마워요.”

한설이 인형을 받아들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한 손에는 인형을 들고 다른 손에는 당과를 들고 비사인과 한설이 검무극 형제가 숨어 있는 곳 앞으로 지나갔다.

수레 뒤에 쪼그리고 앉아 몸을 숨긴 채 그들이 지나가도록 놔두는 걸 보며 검무양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냥 보내? 확 놀라게 할 줄 알았는데.”

이때만을 노리고 가까이 접근한 줄 알았는데.

“원래는 그러려고 했는데.”

검무극의 시선이 한설을 향했다.
조금 전 그녀가 할 수 있는 여러 반응이 있었을 거다. 그만하고 가자고 말할 수도 있었고, 기다려 줄 수도 있었고, 어디서 사기를 치냐면서 주인장에게 화를 낼 수도 있었다.

한데 그녀는 인형을 가지고 싶다고 했다.

검무극은 그 선택이 비사인과 그녀를 위한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찬물을 끼얹지 않고, 오히려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그래서 모두의 기분을 나쁘게 하지 않고 그 순간을 끝낸 현명한 선택.

“한 소저 봐서 오늘은 봐준다.”

물론 단서가 붙었다.

“딱 오늘만!”
“그럼 내일은?”

이번에는 비사인을 향한 검무극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몰래 와서는! 내가 당과까진 참았지만 곰 인형이라고? 이건 못 참지.”

뭔가 일을 꾸미려는 눈빛이 틀림없었기에.
검무양은 내심 비사인을 애도했다.

‘지켜주진 못할 거 같으니, 미리 사과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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